오늘은 일명, 웹마스터의 ‘비애’에 대해 다뤄 볼까 합니다.

제가 처음 레프트21 일을 하면서 엄청난 충격을 받았던 것은 바로 웹에 기사를 입력하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보통은 프로페셔널한 작업 과정을 상상하면서, 대체로 자동화된 과정을 생각하실거라 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일일이 손으로 입력하는 일명, ‘노가다’였습니다. 1

정치적 고민과 생산성

아아, 그래서 익숙하지 않을 때는 기사를 입력하는 데만 5시간씩 걸리는 경우도 있어요. 제가 현재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있기 때문에 또다른 웹마스터인 연두님이 기사 입력하는 일을 하고 있으신데, 연두님은 최장 12시간 넘게까지 기사입력을 한 적도 있답니다.

제가 처음 받은 느낌은 이거였어요. 이건 왠 21세기 물품으로 19세기 ‘노가다’?

이건 존재 자체가 역설이었죠. 공간의 제약을 무시하면서도 레프트21의 기사를 읽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로 인터넷 아닙니까? 그런데 이건 뭘, 사무실 기자 책상과 웹마스터의 책상 사이의 공간은 극복 불능이었던 것이죠.

이건 정말 심각합니다. 웹마스터 혼자, 그 많은 기사를 일일이 입력해야 한다는 거죠. 단순한 게시판에 글을 30~40개 입력하는 걸 생각해 보셔도 눈앞이 아득할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웬걸, 기사에는 온갖 분류정보가 들어갑니다. 레프트21의 분류정보만 해도 당장 한 기사를 입력할 때 신경써야 할 게 25가지나 되죠.(잘 상상이 안 가시죠? 필자, 주제, 섹션, 관련기사, 관련사진, 기사ID 등등 수많은 분류정보가 있답니다.)

저도 한 번 혼자 밤을 새며 해 본 적이 있는데, 완전, “이건 뭐 감각이 없어.”

이렇게 웹마스터가 하루 종일 기사를 올리는 그 자체에만 매여있게 되면, 아주 안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홈페이지에서 강조할 기사를 적절히 배치하는 문제, 각 기사에 관련기사를 다는 문제, 각 기사의 내용에서 참고할 만한 기사를 링크하는 문제 등에서 웹마스터가 고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급격히 줄어든다는 겁니다. 거기까지 안 가도 당장, 독자들이 웹에서 기사를 빨리 받아 보는 데 지장이 오게 되는 것이죠.

레프트21은 독자들이 우리 기사를 읽고 좀 더 나은 세계를 꿈꾸게 된다면 대만족입니다. 그만큼, 우리 기사를 빨리 읽을 수 있으면 더욱 좋다고 생각합니다. (한겨레21은 잡지가 나오고 이틀인가 사흘인가 있다가 웹에 올리는 정책을 갖고 있지만, 레프트21은 그런 정책이 없습니다. 가능한 많이 읽으면 장땡입니다. 물론, 오프라인에서 구입해 주시면 당연히! 도움이 됩니다.)

자동화

레닌은 《무엇을 할 것인가?》에서 러시아 사회주의자들의 ‘수공업성’에 대해 개탄한 바 있습니다. 물론, 여기서 수공업성이란 건, 전국적으로 정세를 조망하지 않고, 각 사회주의자가 지역별로 각개약진하는 상황을 말한 것이죠. 그래서 전국적으로 정세를 전망할 수 있는 신문의 역할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레닌은 이 신문이 어떤 경로를 거쳐서 어떻게 사용돼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적습니다.

뭐, 똑같은 수공업성은 아닙니다만, 여튼간에 ‘수공업성’이라는 말 자체에만 필을 받아서 말한다면, 이렇습니다. 레프트21의 웹사이트 관련한 수공업성은 빨리! 사라져야 합니다. 그러면 기사가 올라오는 속도도 빨라질 것이고, 독자들은 훨씬 더 잘 구조화, 조직화돼 있는 기사를 읽을 수 있겠죠. 그래서 지금 저는 구체적 방안을 열심히 고민을 하고 있답니다.

여튼, 그 전에도 연두님의 고생을 조금이라도 줄여들이기 위해서 기사를 입력할 때 몇 가지 손을 본 게 있습니다. 예전에는 64개의 분류 주제가 위계질서 없이 그냥 주욱 나열돼 있었습니다. 웹마스터들은 따로 트리구조로 분류돼 있는 종이를 보고 주제 분류를 입력해야 했죠. 바로 아래와 같은 어지러운 화면을 마주하고 주제를 골라야 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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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것을 위계 질서가 있도록 고쳤습니다. 자바스크립트를 활용해서, 상위 주제를 클릭하면 하위 주제가 펼쳐지도록 만든 것이죠. 고친 것은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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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관리자 모드를 수정한 것은 꽤 많습니다. 대표적인 자잘한 것 하나만 더 얘기하겠습니다. 기사마다 발행일, 기사ID, 간행물 호수를 적도록 돼있습니다. 기사를 40개 입력하게 되면 이걸 40번 입력해야 하는 것이죠. 그런데, 발행일? 40번 똑같습니다. 간행물 호수? 마찬가집니다. 똑같습니다. 이걸 계속 반복해서 입력해야 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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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걸, 자동으로 입력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만약 현재 기사를 입력할 경우에는 현재 발행일과 현재 간행물 호수, 그리고 현재 호수에 맞는 기사ID가 나오도록 했고, 다음 기사를 입력할 경우에는 다음 호수에 맞는 정보들이 자동으로 입력돼도록 했죠. 현재 호 입력, 다음 호 입력 이렇게 입력 버튼을 두 개로 만들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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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마스터 연두님은 이렇게 고친 것때문에 매우 좋아하셨습니다. 그리고 기사 입력시간을 수십분이나마 줄일 수 있었죠. 이 외에도 고친 것은, 전체적으로 분류 없이 나열돼있던 입력 정보들을 5개의 그룹으로 묶은 것, 입력할 때 에디터 창의 글자, 문단 모양을 실제 출력될 때 모양과 똑같이 만든 것, 복잡한 HTML코드를 일일이 적지 않고 마우스 조작으로 입력할 수 있도록 만든 것, 섹션을 비슷한 그룹끼리 모여있도록 순서를 고친 것 등이 있습니다. 아, 기사 순서를 기사 하나하나 일일이 들어갓 고쳐야 했는데, 그것도 한 번에 고칠 수 있도록 바꿨죠.

사실, 위에 설명한 것들이 구체적으로 뭘 의미하는지는 모르실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물밑의 자동화가 레프트21이 더 양질의 웹사이트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는 사실을 아시면 됩니다.

자동화는 불필요한 노동을 줄여줍니다. 그리고 남는 시간에 더욱 정치적으로 날카로운 레프트21의 웹사이트가 될 수 있도록 고민을 할 수 있겠죠. 그게 제가 자동화를 통해 얻었으면 하는 점입니다. 그리고, 자동화할 수 있는 부분은 의외로 많습니다. 더 많은 부분을 자동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아가서는 기사의 입력을 모두 기자들이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저의 단기적 목표입니다. 아마 대형 언론들은 모두 그렇게 하고 있지 않나 하는데, DB에 기자가 기사를 올리면, 편집자가 체크하고, DB와 연결해서 자동으로 디자인에 얹고, 웹에도 자동으로 올라가는, 흔히 말하는 ‘원 소스 멀티 유즈 One Source Multi Use’─ 한 번 입력하면, 나머지는 자동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제 단기적 목표입니다.(장기적 목표는 더 크겠죠?)

그럼 오늘은 이만!

Notes:

  1. ‘노가다’라는 말이 건설 노동자를 폄하하는 말이라는 지적이 있어왔죠. 하지만, 일반적으로 단순반복작업을 재밌게 표현할 때도 이 말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그런 의미로 한정해 사용합니다. 저는 건설 노동자를 폄하하지 않으며 그들의 투쟁을 특히나 적극 지지합니다.